전체 글22 무의식의 문을 열다: 프로이트 『꿈의 해석』 1900년,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을 뒤흔드는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꿈의 해석』이다. 이 책은 심리학의 근간을 바꾸었고, 인간 정신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했다. 출간 당시 독일어 초판에는 라틴어로 쓰인 한 시구가 실려 있었다. 고대 로마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등장하는 구절로, “하늘을 움직일 수 없다면, 지옥을 흔들겠다”는 문장이다. 얼핏 보면 종교적인 표현 같지만, 프로이트가 이 말을 인용한 이유는 다르다. 그는 인간의 정신, 그중에서도 억눌린 무의식의 세계를 열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이 문장에 담았다.당시만 해도 꿈은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 사회에서는 꿈을 신의 계시나 귀신의 장난, 혹은 미래에 대한 예언으로 해석했다. 동양에서도 “꿈에서 나타나 알.. 2025. 5. 3. '샤덴프로이데'로 보는 비교중독과 자기성찰 독일어에는 우리말로 단번에 옮기기 어려운 정서 하나가 있다. 바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샤덴(schaden)’은 피해, 상처, 손해를 의미하고, ‘프로이데(freude)’는 기쁨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샤덴프로이데는 말 그대로 ‘타인의 고통에서 느끼는 기쁨’이다. 어쩌면 조금은 냉소적이고, 약간은 수치스러운 감정.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본 감정이기도 하다.우리말로는 ‘쌤통’이라는 표현이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 또는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이 감정의 일면을 드러낸다. 타인의 성공이 나의 실패처럼 느껴지고, 타인의 실패가 나의 회복처럼 다가오는 복잡한 감정. 부러움과 시기, 분노와 안도, 정의감과 자기 위안이 뒤섞인 이 기묘한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2025. 5. 3. 키에르 케고르 실존주의 19세기 초, 한 젊은 사내가 삶의 무게에 눌려 베를린으로 향했다. 덴마크 출신의 청년 키에르케고르였다. 그는 생명의 본질에 대한 깊은 회의와 내면의 불안을 안고, 당대 철학의 중심지였던 베를린에서 독일 관념론의 거장 셸링 밑에서 수학했다. 하지만 웅장하고 정교한 철학 체계 속에서 키에르케고르는 어떤 불편한 진실을 깨닫는다. 그는 말한다. "철학이 고층 빌딩이라면 그 안엔 사람이 살 수 없다."이 말은 철학이 아무리 정교하고 거대하게 구축되었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삶에 실질적인 위안과 의미를 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철학은 머리로 쌓은 탑이 아니라, 가슴으로 기대 쉴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 키에르케고르는 학문을 떠나, 철학을 삶의 고통 속에서 견딜 수 있는 .. 2025. 5. 1. 카프카 『변신』 실존주의 철학의 계보를 따져보면, 키에르케고르에서 시작하여 니체와 하이데거를 거쳐 20세기 초엽에 이르기까지 실존이라는 주제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지속해서 탐구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실존주의가 철학자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직접적인 철학 이론을 체계화하지는 않았지만, 문학이라는 방식으로 실존의 깊은 고통과 고독, 그리고 존재의 물음에 응답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 『변신』은 실존주의적 문제의식을 가장 강렬하고 상징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단지 육체가 변한 것일 뿐, 그는 여전히 사고하고 느끼며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의 .. 2025. 5. 1. 니체 『비극의 탄생』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젊은 시절, 불과 스물다섯의 나이에 첫 저서인 『비극의 탄생』을 세상에 내놓았다. 당시 그는 고전 문헌학자로서 촉망받는 인물이었으며, 이 책은 순수한 학문적 연구의 영역을 넘어 철학, 예술, 문명 비평을 포괄하는 도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후에 니체는 이 책을 “너무 성급했고, 지나치게 대담했다”며 다소 부끄러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니체 사상의 출발점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본질을 두 신의 대립과 융합 속에서 설명한다. 바로 이성과 질서를 상징하는 ‘아폴론(Apollon)’과 본능과 혼돈, 생명력의 표상인 ‘디오니소스(Dionysos)’다. 니체는 이 두 신적 원리가 고대 그리스 비.. 2025. 4. 30.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사랑은 본능이 아닌 기술이다많은 사람은 사랑을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숨을 쉬거나 걷는 것처럼, 사랑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생각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할 줄 안다고 해서, 그것을 잘 실천할 줄 아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랑은 단순히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며 따라서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을 감정의 문제로만 본다. 그래서 연애를 시작할 때도 ‘사랑할 줄 아는가’보다는 ‘어울리는 사람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에 더 초점을 둔다. 어떤 이는 이상형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어떤 이는 이상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사랑은 점점 선택의.. 2025. 4. 30. 이전 1 2 3 4 다음